최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저렴한 한 끼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흔해졌다. 심지어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구내식당 가격마저 줄줄이 인상되면서 '런치플레이션(점심값 급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직장인 박모 씨(35)는 근처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한다. 박 씨는 "작년만 해도 5,500원이던 점심값이 올해 7,500원으로 뛰었다"며 "이젠 구내식당조차 부담스러워 도시락을 싸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1% 상승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2.3%)을 웃돌았다. 특히 구내식당 가격은 4.2% 올랐고, 2023년에는 6.9% 급등해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회와 정부청사 구내식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회는 지난해 직원 식사비를 42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했고, 정부세종청사도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서울 중구청 역시 올해 구내식당 식대를 6000원에서 6500원으로 상향했다.
구내식당 식단가 인상은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구내식당 위탁 운영사들은 식자재 대량구매, 선계약 등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 했지만, 물가 압박이 계속되면서 결국 가격 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편의점 도시락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 가격은 4.9%, 삼각김밥은 3.7% 올랐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초저가 도시락을 출시했지만, 양과 질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의 고충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부는 도시락을 직접 준비해 출근하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단한 요깃거리로 때우는 방식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외식업계 지원 등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점심값 부담이 생활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안정 효과를 높이려면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심값 급등 속에서 직장인들이 생존법을 찾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이들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